본문 바로가기
일상/일기

국비 일기 231127 - 231203

by GangDev 2024. 3. 22.

231127 - 231203 주간 회고

순삭되는 일주일…
6개월의 국비 과정 중, 중간 지점에 다다르다…


<안 지치겠다는 다짐>

아침에는 편도 1시간30분의 지옥철 속 사람들 사이에 껴오면서 빨리는 체력 때문에 진이 빠진다.
밥 먹고 나서는 졸리고, 오후 4시쯤 되면 그냥 지친다.
솔직히 말하면 안 지치는 순간은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 매 순간 지치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고.
어쩌면 사람이란 게, 지친다고 생각하고 내뱉을수록 더욱 처지는 게 아닐까 싶다.
일부러라도 으쌰으쌰 하겠다고 다짐하는 순간, 없는 힘이 생기고 생기가 솟는다.
그래서 요즘은 24시간 으쌰으쌰 하는 중이다.


<직장인 간접 체험>

학원을 오가다 문득, 이렇게 부지런히 와서 수업 듣고 다시 가는 것이 모양새만 다를 뿐이지, 어쩌면 출퇴근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6시쯤에 일어나서 밥 먹고 씻고 8시 정도까지 학원에 도착. 8시부터 9시 30분까지 자습. 9시 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수업. 6시 30분부터 9시까지 자습. 9시부터 10시 20분까지 집으로 이동. 10시 20분부터 11시까지 샤워 및 잘 준비. 11시 취침…
회사로 따지면, 일찍 가서 업무 보고 야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되는 것이겠다.
물론, 수동적으로 앉아서 듣기만 하는 수업과, 능동적으로 움직여 기한에 맞춰 일해야 하는 업무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긴 하지만.
그래도 직장인들과 비슷한 시간대에 학원을 출퇴근(?) 하다 보니, 남들도 다 한다는 생각에 힘들던 지옥철도 참아냈고, 어느 순간 익숙해졌다.


<줄다리기>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서 이리저리 기우뚱거리는 사람들 속에 있어서일까.
비록 직장인은 아니지만 직장인이 된 듯한 소속감이 들었다.
찌든 사람들의 표정과는 다르게, 나의 그 은근한 감정은 결코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나를 들뜨고 두근거리게 했다.
뭔가 줄다리기를 할 때, 다 함께 들뜬 기분으로 구호에 맞춰 줄을 당기는 듯한 느낌?
많은 사람이 다 같이 호흡하며 일터를 향하는 모습은, 그 속에 있는 나로 하여금 왠지 모를 편안함을 들게 하였다.
비록 직장인이 아닐지라도, 적어도 지금, 이 지하철을 타고 같이 가는 동안만큼은 나도 사회인이다… 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줄다리기한다…


<개인 공부 시간이 부족해>

학원 수업 시간은 9시 30분 - 6시 30분까지다.
중간에 점심시간 1시간을 빼면 평일 8시간, 일주일에 40시간의 수업을 듣는다.

수업 시간은 충분하고, 내 개인 공부 시간은 부족해서 아쉽다.
개인적인 바람은, 오후 3시~4시 정도까지는 수업을 진행하고, 그 이후 6시 반까지는 자습하면서 개인 공부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남아서 한다고 해도 워낙 할 것이 많아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내 머리라도 좋아서 뭐든 단번에 이해하고 코드도 팍팍 짤 수 있었다면 이런 고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애석하게도 해당하지 않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3시간 왕복 거리의 강남역을 생고생하면서 오가는 것일 뿐…


<노오력! 노오오력이라도 해야 한단 말이다.>

없는 재주 쥐어짜 가면서 하려고 하니 머리털 빠지는 소리만 들린다.
그나마 다행인 건, 코딩을 배우고 짜는 짓을 못 해 먹겠다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종일 코딩해도 다른 공부를 했을 때처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오죽하면 돈 걱정 없이 그냥 코딩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 정도다.

물론 코딩에 미쳤다는 건 아니다. 오히려 내 심정은 학원에 다니기 전보다 더욱 차분해졌다.
정확히는 내 현 상황을 꾸준히 인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열등한 조건과 환경에서 그나마 내세울 건 내 의지와 가족의 지지.
학원생이자 취준생, 프로그래머 지망생으로서 내가 지금 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자주 생각하고 머릿속에 계속 주입한다.(학생의 본분은 공부요, 취준생의 본분은 취업 준비, 프로그래머의 본분은 코드를 짜는 것)

그 외에 다른 것은 배제하려고 하는 편이다. 평소에 재밌게 했었던 게임이나 영화 등등도 점점 손에서 멀어졌다.
그러자 자연스레 내 머릿속도 점점 코딩 관련된 내용으로 채워지는 중이다. 오늘 공부했던 내용이나, 앞으로 공부 일정을 어떻게 짤지, 어떻게 코딩할지 등등으로 말이다.

내 머릿속에 있던 찌꺼기를 걷어낸 것처럼 뭔가 몸이 전보다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다.
아마도 심리적인 불안감이 안정되어서일 가능성이 크다.
전에는 불투명한 미래와 부족한 금전에 시달려 하루하루 고통이었다.
물론 지금도 변한 건 없다. 돈은 정부에서 주는 용돈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중이다. 알바했을 때보다 더 쪼들리는 신세.

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것이 분명하니, 오히려 마음속 가득했던 답답함이 안개 걷히듯 사라지고 시야가 탁 트이는 듯했다.

이전엔 내 앞길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희망보단 부정적인 생각으로 방황하기 마련이었다. 그래서 미래를 도모하기보단, 회피하듯이 과거의 흔적에 매달리곤 하였다.

물론 지금 침착하게 열심히 한다고 해봤자 한계가 보이긴 하다.
6개월이란 짧은 과정에 탁월한 재능도 없는 상태, 고졸인 학력과 다음 달부터 시작될 30살의 인생…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취업하더라도 SI 업체에 들어가서 박봉에 욕먹어가면서 굴러다닐 것이다.
초반엔 일을 못 쳐내서 야근하는 날도 많을 것이고…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뻔히 보인다는 게 오히려 담담히 다가온다.
무언가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재밌다는 것을 느꼈고, 어쩌면…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는, 다소 뻔한 얘기가 조금씩 체감되고 있다.
왜 자기계발서에서 한 가지에만 집중하라는 등 뻔하디뻔한 얘기를 열변하는지도 조금씩 느끼는 중이다.
물론 힘들 때도 많고, 다른 분야를 취미 삼아 같이 공부해 볼까 유혹도 든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닌 듯하다.
적어도 지금 하는 프로그래밍 한 분야에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에, 다른 취미나 목표를 한두 가지씩 건드려보지 않을까 싶다.